좋은 음식 먹듯 좋은 공기를 마셔야 건강해진다 최혜숙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좋은 음식 먹듯 좋은 공기를 마셔야 건강해진다

최혜숙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외부에서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음식과 공기. 하지만 우리는 ‘먹는 일’에 비해 ‘숨 쉬는 일’의 중요성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위해 매일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이 있다. 음식도 유기농 재료를 골라 깨끗하게 씻어 먹는다. 그런데 정작 운동하는 장소는 환기가 안 되는 지하 피트니스 센터라면? 심지어 곰팡이 핀 에어컨으로 하루종일 빵빵하게 냉방을 해주는 곳이라면? 아마 이분은 곧 폐렴에 걸려 병원을 찾게 될 것이다. 내원하는 분들 중 자주 접하는 케이스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서, 예전에 비해서는 좀 더 ‘호흡’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예방 차원일 뿐, 숨 쉬는 일 자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아직도 많지 않은 듯하다. 외부에서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음식과 공기, 두 가지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좋은 음식을 먹는 일에는 신경을 쓰면서 좋은 공기를 마시는 일에는 그리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매일 1급 발암물질을 마신다

지금 우리는 사시사철 ‘미세먼지’라는 독성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머리카락보다 입자가 더 작은 미세먼지는 걸러지지 않고 우리 몸으로 들어와 혈관을 통과하고 체내에서 자유롭게 떠돌아다닌다. 미세먼지 안에는 엄청난 양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천식, 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 특발성 폐섬유증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호흡기뿐만 아니라 심장, 뇌, 간, 콩팥 등 장기로 이동해 염증을 유발하고 치매, 심혈관질환 등 질병을 일으키는데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암이다.

“몸의 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세요. 호흡기 질병은 병원에 올 정도로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많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가래, 기침 정도로는 병원에 오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요, 예상치 않게 자꾸 기침이 나거나 평소보다 가래가 많이 나올 때는 망설이지 말고 내원해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미세먼지에 포함된 독성물질은 우리 세포와 접촉해 DNA를 파괴하고 이상세포를 생성하는데, 그것이 암의 시작이다. 최근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미세먼지에서 원인을 추정해볼 수 있다. 미세먼지보다 입자가 더 작은 ‘초미세먼지’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이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다면 방법은? 우선 공기가 ‘음식’처럼 우리 몸에 들어와 구석구석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늘 인지할 것.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을 자주 찾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일상의 기본적인 위생수칙들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항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예보를 확인하고 먼지 농도가 심한 날은 최대한 야외활동을 자제하도록 한다.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 씻기도 언제나 필수다.

수분이 촉촉하면 호흡기 면역력이 올라간다

숨이 드나드는 관문인 호흡기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마셔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몸은 거의 수분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건조할 때보다 충분한 수분이 있을 때 면역력이 높아진다. 말라서 쩍쩍 갈라진 땅이 아니라 물기를 충분히 머금은 촉촉한 땅에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몸에 수분이 충분하면 미세먼지가 기도에 들어왔을 때 가래를 통해 배출하기도 쉬워진다. 주변 환경도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50~60% 정도의 습도는 호흡기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은 환경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습도가 높아지는 여름에는 곰팡이 발생률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하루종일 돌아가는 에어컨 필터를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 선풍기의 찬바람도 호흡기에 자극을 준다. 별 생각 없이 선풍기를 틀고 잤다가 기침, 가래 등 염증이 생겨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철에는 냉방기기 위생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고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주자. 너무 차갑지 않게 실내 온도를 유지하며 찬바람이 직접적으로 몸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조한 봄, 겨울철에만 호흡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름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공기, 음식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4.2.2

최혜숙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전문진료분야 | 간질성폐렴, 폐암, 만성기도질환
최혜숙 교수는 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장 및 내과중환자실 실장으로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정회원, 간질성폐질환연구회 운영위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료지침 학술위원으로 2014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상, 2021년 국무총리 표창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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