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하는 의사에게 당연한 치료란 없다여승근 이비인후과 교수

탐구하는 의사에게 당연한
치료란 없다

여승근 교수 이비인후과

스스로를 일컬어 ‘의사 이전에 탐구자’ 라고 말하는 그는 고령화 시대에 노인성 난청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더 잘 치료하고 싶다고 했다.

Q: 난청과 이명 등을 주로 연구하십니다. 해당 질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A: 난청이란 말 그대로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해요. 난청의 정도에 따라 ‘경도 난청’ ‘중도 난청’ ‘고도 난청’ ‘전농(청각상실)’ 등으로 구분되죠. 이명은 귀나 머릿속에서 원치 않는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에요. 의미 있는 소리가 들리면 환청이고, 의미 없는 소리가 들릴 때 이명이라고 할 수 있죠. 환자들에게도 꼭 이 점을 강조해요. 들리는 소리를 구분해서 의미 있는 소리면 정신건강의학과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명의 원인은 대부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밝혀진 대부분의 원인은 난청입니다. 외부의 소리를 듣지 못해 귀 내부에서 소리가 증폭돼서 발생할 수 있거든요. 혹은 스트레스와 과로, 만성질환 등에 의해 이명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Q: 교수님께서 경희의료원에 부임하시면서 인공와우 수술이 가능해 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제가 경희의료원에 부임한 게 2004년이에요. 그때 경희의료원에서는 인공와우 수술이 시행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저는 다른 병원에 있었는데요, 당시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인공와우 수술 교육을 받고 귀국했어요. 이후 경희의료원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인공와우 수술을 시작했죠. 인공와우란 잔청이 없어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력 개선이 없는 사람들에게 시행하는 수술이에요. 난청이 심해지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데 보청기도 잔청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잔청이 없으면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하죠.

Q: 안면신경마비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계신데요. 안면신경마비가 이비인후과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합니다.

A: 많은 분들이 안면마비가 생기면 주로 빈혈이나 뇌졸중을 의심하세요. 그런데 중이염을 심하게 앓아도 안면마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희 경희의료원에는 한방병원이 있는 만큼 안면마비 환자가 많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안면마비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덧붙여서 노화에도 관심을 두고 있어요. 최근 저희 과를 방문하는 환자 중 대부분이 노인 환자들이에요. 소아 환자가 급격히 줄고 노인 환자가 늘었죠. 그러다보니 노인성 난청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더라고요. 노화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연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가려고 합니다.

Q: 중이염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질환이기도 합니다. 중이염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A: 중이염은 외이와 내이 사이인 중이에 발생하는 모든 염증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이비인후과를 찾아오는 환자 중 상기도염 다음으로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 질환이죠. 중이염은 ‘급성 중이염’과 ‘삼출성 중이염’ ‘만성 중이염’ ‘진주종성 중이염’ 등으로 나뉘는데요, 특히 어린이들은 10명 중 9명이 급성 중이염을 앓곤 해요. 코 뒤쪽에 있는 이관을 통해 중이로 올라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감기나 인두염, 또는 알레르기 질환들에 의해 발생합니다. 고막 안에 염증으로 농과 점액을 생성하는데 간혹 고막이 파열되고 농이 귀 밖으로 흐르기도 합니다. 삼출성 중이염은 통증이나 발열 없이 삼출액이 고이는 증상이에요. 감염 없이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중이염이 3개월 이상 경과되면 만성 중이염이 됩니다. 고막이 천공된 ‘천공성 만성 중이염’과 천공 유무와 관계없이 진주종이 나타나는 ‘진주종성 만성 중이염’ 으로 나뉩니다.

Q: 이러한 중이염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요?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가요?

A: 급성 중이염은 일반적으로 안정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됩니다. 세균감염인 경우는 항생제를 사용하고, 통증이 있으면 소염진통제로 조절할 수 있어요. 삼출성 중이염은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약물치료 없이 기다리면 돼요. 대부분 1개월이면 60%, 2개월이면 80%, 3개월이면 90%의 물이 빠지면서 좋아지죠. 만성 중이염은 약물로는 나을 수 없고 고실성형술이나 유양동삭개술과 같은 수술이 필요합니다.

Q: 최근 대한이과학회 이원상학술상을 수상하시는 등 다수의 연구성과를 거두고 계십니다. 진료도 바쁘실 것 같은데 이렇게 연구에 집중하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궁금해서요.(웃음) 저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어떤 현상을 보면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곤 하죠. 의료 활동을 하다보면 ‘왜 이 약을 써야 하는지’ ‘이러한 질환은 왜 발생하는지’ 등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돼요. 간혹 어떠한 증상에 대해 ‘왜 그 약을 써야 하는지’ 설명이 수반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원인을 직접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죠. 워낙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에요.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구를 이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또한 이러한 연구가 환자들의 진료에 유용하게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Q: 논문도 상당히 많이 쓰셨다고요.

A: 연구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논문을 쓰게 됐어요. 초창기에는 국내논문 위주로 썼는데 이제는 해외 논문도 활발하게 쓰고 있습니다. 100편의 외국논문을 쓰자고 스스로 목표했는데 벌써 초과했어요. 1년에 10편씩 쓰다보니 금세 초과되더라고요. 지금은 목표를 바꿔서 250편을 계획하고 있어요. 하지만 논문의 편수만 많으면 안 되겠죠. 양질의 좋은 논문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환자들을 만나면서 갖게 된 교수님만의 의료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소박하게, 착하고 좋은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동료들에게는 ‘저 친구랑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학생들에게는 ‘저 선생님에게 지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나아가 환자들에게는 ‘저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더 없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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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 만난 환자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요?

A: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난청 환자였습니다. 수술 전에는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아무리 큰소리로 설명을 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던 분이셨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말을 무척 크게 해야 했죠. 수술 후에 평소대로 그 환자분께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더니 시끄럽다면서 좀 작게 말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참 기분이 좋았어요. 뿌듯하더라고요. 청력 수술을 하면 환자보다 보호자가 더 좋아해요.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니까 다들 기뻐하시죠.

Q: 앞으로 어떤 의사, 어떤 의학자로 남고 싶으신가요? 이후의 계획과 소망도 말씀해 주세요.

A: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할 것 같고요. 안면신경마비 연구를 하고 있는 만큼 안면마비 환자들이 일상에 잘 복귀할 수 있도록 연구를 잘 수행하고 싶습니다.

DOCTOR’S PICK

삼출성 중이염

아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빤히 쳐다보거나 TV를 가까이에서 봅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삼출성 중이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고막 안에 물이 차는 삼출성 중이염은 물만 찰 뿐 아무런 증상이 없어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아이가 대답 없이 부모의 얼굴을 빤히 보거나, ‘뭐라고?’ 되묻거나, TV를 앞에서 보기 시작한다면 이 질환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약물치료에 들어가지는 않아요. 아무런 치료 없이 그냥 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빠지면서 점점 나아집니다. 3개월 후에도 물이 빠지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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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근 교수 이비인후과

전문진료분야 | 소아 이비인후과,난청,이명,인공와우,안면신경마비
여승근 교수는 현재 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경희대학교 이비인후과학교실 주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보스톤대학교(Boston University)에서 면역생물학을,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에서 이비인후과를 연수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습득한 후 2004년 경희대학교병원에 부임, 이후로 경희대학교병원에서 인공와우 수술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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