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을 바꾸면 마음이 바뀐다 백명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호흡을 바꾸면 마음이 바뀐다

백명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흔히 긴장했을 때 “천천히 심호흡하라”고 말한다. 정말로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Yes. 분명히 효과가 있다. 호흡에 변화를 주면 우리 마음에도 변화가 생긴다.

요즘 나의 상태를 한번 점검해보자. 최근 나에게 아래의 두 가지 증상(혹은 둘 중 하나)이 있는가? 있다면 얼마나 자주 있는가? 어떤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가?

• 가슴이 답답하다.

• 한숨을 쉰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겪는 증상이다. 아침 출근길, 오늘 하루 나에게 쏟아질 업무량을 생각하면 가슴이 절로 답답해진다. 혼자 “휴~” 하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흔히 스트레스는 심리적인 어려움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신체 반응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한숨을 쉬는 스트레스 반응이다. 이때 가장 쉽고 빠른 대처법이 바로 ‘심호흡’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슴이 답답한 이유

우리는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복부보다 가슴으로 숨을 더 많이 쉬게 된다(흉식호흡). 우리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되는데,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가슴으로 숨을 많이 쉬게 된다. 그러니 가슴근육이 긴장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가슴근육이 조이면서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한숨’은 이때 함께 나타나는 신체 표현이다.

“최근 명상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명상의 핵심도 호흡입니다. 정신의학에서도 명상의 마음치료 효과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저도 몇 년 전부터 명상을 시작하면서 환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심호흡을 권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맴돌 때 천천히 심호흡을 한번 해보세요. 고민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일상생활 중 문득 가슴이 답답하거나 한숨이 나온다면 ‘아,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자. 그리고 응급처치를 해준다. 바로 ‘심호흡’이다.
가슴과 배에 손을 얹은 후(이렇게 해야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잘 느낄 수 있다) 호흡의 중심을 가슴에서 배로 옮기고 1~2분 정도 천천히 심호흡해보자.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이때 ‘천천히’가 포인트다. 1분에 호흡 6회 정도, 즉 10초에 숨쉬고 내뱉기 1세트 정도로, 깊고 느리게 호흡한다.
그러면 잠시 후 서서히 긴장이 완화되면서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해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감신경의 과활성화를 줄이는 방법은 ‘안정감’을 불러오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인데, 이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이 바로 심호흡이기 때문이다.

호흡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심호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배가 당기고 더 불편할 수 있다.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 숨을 빠르게 쉬게 되면, 과호흡이 되어서 오히려 가슴이 더 답답해지고 심하면 어지러워질 수도 있다(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증상). 그러니 필요할 때 심호흡을 적절하게 활용하려면 평소 충분히 연습해두는 것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퇴근 이동 중에, 하루를 마무리할 때 등 원하는 시간에 틈틈이 심호흡 연습을 해보자. 특별히 장소를 마련할 필요는 없다. 운전 중에도 가능하다.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천천히 호흡에 집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가만히 호흡만 하는 게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과거 행복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영화 보듯이’ 호흡을 해보자. 가족과 함께 여행 갔던 바닷가, 혼자 즐기는 새벽의 노천탕, 반려견이 뛰어다니는 주말농장 등 행복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호흡을 하면, 그때 감정이 되살아나 기분 좋게 호흡을 즐길 수 있다. 한 장면만 반복하는 건 재미없으니, 종종 장면을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이렇게 틈틈이 떠올릴 수 있는 행복한 장면 몇 가지 정도는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6.2

백명재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문진료분야 | 직장 및 군대 스트레스, 기분장애, 공황장 애, 트라우마
백명재 교수는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부교수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정책기획위원장이자 한국자살예방협회 군자살예방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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